【구리=뉴시스】이병훈 기자
출간 1년 1개월만에 200만부 판매를 돌파하면서 출판과 문학 부문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스님이 쓴 어록이 한 시인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경기 구리시에서 거주하는 강재현 시인에 따르면 최근 SNS와 인터넷 등에 올라와 큰 반응을 얻고 있는 혜민스민의 어록 가운데 '쉽게 쉽게 살자'라는 제목의 시는 자신이 10여 년 전에 출판한 시집 '그대와 함께하고 싶습니다'에 실린 시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했다.
시집을 확인한 결과 2005년 강재현 시인이 펴낸 시집 67~68페이지에 '너무 어렵게 살지 말자'라는 제목의 시가 게재됐고 조사 하나도 틀리지 않은 상태로 혜민스님 어록 앞부분에 그대로 사용됐다.
혜민스님의 어록이라며 '쉽게 쉽게 살자'라고 인터넷에 올라 온 글은 강 시인의 시에 내용이 덧붙여져 올해 3월부터 최근까지 SNS와 카페, 블로그 등을 통해 퍼날러지고 있다.
이에 대해 강 시인의 펜카페 회원은 "헤민스님의 '쉽게쉽게 살자'와 강 시인의 '너무 어렵게 살지 말자'가 너무 똑같다"며 "독자의 한 사람으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1일 트위터 중단을 선언한 혜민스님은 지난 21일 트위터에 "'쉽게쉽게 살자'라는 글이 있다는 것을 오늘 알게 됐다"며 "이 글은 제가 쓴 적도 인용한 적도 없는 글이며 누군가 강재현 시인의 좋은 시를 보고 베껴서 쓴 글이라 저도 강 시인님도 많이 낙심하고 있다. 이 글 내려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스님이 올린 공지를 확인한 강 시인은 "스님은 저작권의 기본을 알고 계실 것이라 사료된다"며 "원작자의 이름과 출처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혜민스님의 어록으로 글이 올라간 일련의 상황을 파악해 직접 설명해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혜민스님과 강 시인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혜민스님의 어록'이라며 글을 퍼다 옮긴 네티즌들은 스님의 공지에 따라 글을 삭제하거나 강재현의 '쉽게쉽게 살자'라고 저자를 바꾸며 혼란을 겪고 있다.
이번 표절 논란과 관련 구리시문인협회의 한 회원은 "스님이 의도하지 않은 글이 올라가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지만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혜민스님의 입장을 정확히 듣기 위해 이메일과 핸드폰으로 대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