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순화어 들고 대중 찾아가는 홍보전략 도입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한글로 순화하는 것도 좋은데…너무 무리하게 변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북한어 같다. 촌스러워…."
"그렇게 바꾼다고 누가 쓰나…."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은 좋게 보이지 않지만 애초에 외국에서 유래돼서 들어온 외래어 같은 경우는 그냥 그대로 써도 괜찮지 않나요? 너무 억지스럽게 순우리말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이달 5일 국립국어원의 순화어 발표 내용을 보도한 연합뉴스 기사에 달린 누리꾼들의 댓글이다.
국립국어원은 이날 '블랙푸드'(black food)는 '검정먹거리'로, '솔푸드'(soul food)는 '위안음식'으로, 작은 생선을 손질해 통째로 잘게 썰어낸 생선회를 뜻하는 '세꼬시'는 '뼈째회'로 각각 순화한다고 발표했다.
누리꾼들은 순화어에 대해 일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국립국어원은 2004년부터 일상에서 흔히 쓰는 외국어나 지나치게 어려운 용어를 대신할 순화어를 일반인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선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순화한 단어는 2만3천여개에 이른다.
스마트폰은 '똑똑 전화', 킬힐은 '까치발 구두',
메신저는 '쪽지창', 리얼 버라이어티는 '생생예능', 싱어송라이터는 '자작가수', 팔로어는 '딸림벗', 스펙은 '공인자격',
벤치마킹은 '본따르기', 레이싱걸은 '행사빛냄이', 퀵서비스는 '늘찬배달', 러브샷은 '사랑건배'로 각각 순화했다.
지금까지 다듬은 순화어는 말터(malteo.korean.go.kr)와 국립국어원 누리집(www.korean.go.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널리 쓰이는 단어는 극히 일부다. 외국어를 너무 억지스럽게 한글로 바꾸거나 순화어가 외국어의 원래 느낌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생경하고 낯설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세중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 단장은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순화어를 선정할 때 과연 사용자들이 거부감 없이 쓸지 등을 늘 고민하는 데 쉽지 않다"면서 "지난해부터는 대중과 국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두 참고해 순화어를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국어원은 순화어들이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순화어 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우선 '세꼬시'의 순화어인 '뼈째회' 등 일본식 음식 용어를 다듬은 말을 음식점 메뉴판 등을 통해 알릴 계획이다. 음식점 메뉴판 변경을 위해 주류업체 등에 협조를 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단장은 "'세꼬시' 외에 메뉴판에 등장하는 일본식 음식 용어를 다음달에 추가로 순화해 음식점 메뉴판 표기를 바꾸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은 순화어를 선정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현장에서 순화어가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처음에는 낯설어도 자꾸 쓰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