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 어깨관절의 날… ‘오십견’ 오인하기 쉬운 질환들
어깨관절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하는 때다. 날씨가 따뜻해지자 헬스클럽이나 야외 운동장에서 무리하게 근력 운동을 하다가 어깨를 다쳐 정형외과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흔히 중장년층의 어깨통증을 ‘오십견’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나이가 들면 노화로 인해 자연스레 어깨관절이 굳어서 생기는 현상이라며, 되도록 문제를 축소시키고 싶은 심리가 원인이다. 그러나 이렇게 자기 멋대로 잘못 내린 진단을 믿고 지내다 병을 키워 인공관절치환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대한견주관절학회가 제정한 올해 어깨관절의 날(28일)을 맞아 제일정형외과병원 어깨관절클리닉 금정섭 원장의 도움말로 단순 오십견으로 치부해 방치하다 화근을 키우기 쉬운 어깨 부위 ‘관절와순’ 및 ‘회전근개’ 파열에 대해 알아본다.
◇운동 중 손상으로 생기는 어깨 관절와순 파열(SLAP)=평소 야구를 좋아하던 30대 중반의 박모씨는 얼마 전 다른 사회인야구 동호회원들과 시합 중 어깨 부상을 당한 후 공을 던질 때마다 어깨가 아프고 불편했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 하고 찜질도 하고 파스도 붙이고 했지만, 야구공을 던지려 팔을 들어올릴 때마다 어깨 부위가 뜨끔거리며 계속 아파서 참기 어려웠다. 어쩌다 팔을 바깥쪽으로 돌리려다 어깨가 빠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소스라치게 놀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결국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병원을 찾은 그에게 의사는 이름도 생소한 ‘관절와순’이 파열됐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관절와순은 팔뼈가 어깨관절로부터 빠지지 않게 붙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어깨관절 위쪽 연골을 가리킨다. 야구처럼 어깨와 팔을 많이 쓰는 운동을 무리하게 할 경우 관절 위쪽 연골 부위가 찢어지며 제 자리를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관절와순이 제 위치를 벗어나게 되면 제 역할을 못하게 될 뿐 아니라 어깨관절이 불안정해져 팔 힘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된다.
팔을 많이 쓰는 운동선수들에게 흔히 일어나는 어깨 부상 중 하나다. 대개 어깨가 빠질 정도로 강한 충격과 함께 어깨가 무리하게 꺾이거나 무엇인가에 의해 심하게 당겨졌을 때 발생한다.
자연적으로 치유가 잘 안 되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어깨 탈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어깨가 아프면 혹시 어깨관절 위쪽 연골, 즉 관절와순에 무슨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 아닌지 반드시 정형외과 전문의와 상담해볼 필요가 있다. 관절와순 파열은 보통 관절경을 이용해 찢어진 연골을 끌어다 제 자리에 다시 붙여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복원해주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어깨 통증의 40%는 회전근개 파열 때문=속칭 오십견 치료 목적으로 정형외과병원을 찾은 환자 160명을 대상으로 검사 후 최종 진단결과를 비교해 본 결과, 뜻밖에도 회전근개 파열 환자가 40%나 발견됐다는 조사가 있다.
반면 이 조사에서 정작 오십견으로 확진된 환자는 전체의 25%에 불과했다. 이는 그만큼 우리가 오십견 때문인 줄로 의심하는 어깨 통증의 원인 중 다른 어깨질환이 많다는 뜻이다. 어깨 회전근개 파열은 어깨 통증의 아주 흔한 원인 중 하나다.
회전근개 힘줄은 팔뼈를 감싼 상태에서 마치 도르래 끈과 같이 어깨 뼈 밑을 통해 팔을 들어올리고 돌리는 등 팔을 움직이는 4개의 힘줄을 말한다. 이 힘줄이 약해져 끊어지는 것은 노화에 의한 퇴행성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오십견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발병 시 오십견과 같이 어깨 전체가 아파서 팔을 들어올릴 수 없는 증상도 나타난다.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 1∼2년 뒤 저절로 회복되는 오십견과 달리, 그대로 방치할 경우 퇴행성관절염으로 발전,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회전근개 파열은 조기발견 및 치료가 아주 중요하다. 조기에 발견하면 체외충격파치료나 물리치료 등 비(非)수술요법만으로도 손상된 힘줄의 재생을 유도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자가 골수세포를 손상된 회전근개 부위에 주입하는 고농도 힘줄재생주사요법도 나와 조기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치료는 특히 발생한 지 얼마 안 되는 초·중기 회전근개 파열 환자에게 유용하다.
금 원장은 “그러나 발견이 늦어 회전근개 힘줄이 전부 파열돼 힘줄이 아예 뼈로부터 떨어져버린 경우라면 관절경을 이용, 제 자리에 힘줄을 다시 붙여주는 ‘관절경하 회전근개 힘줄 복원술’을 받아야 통증을 물리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