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면 돈 든다”… 취미없는 사람 6년새 2배로Sweet Day/삶의 향기 2013. 3. 25. 13:00반응형
“나가면 돈 든다”… 취미없는 사람 6년새 2배로
동아일보 입력 2013.03.25 03:15 수정 2013.03.25 10:40
[동아일보]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사는 김모 씨(58·여)에겐 '취미'란 말이 낯설다. 병원 식당에서 일하는 그의 근무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저녁식사 후 집에 오면 몸도 마음도 피곤해 TV를 보다 잠든다. 가끔씩 혼자 소주 한잔씩 하는 게 '작은 호사'다. 쉬는 날은 일요일 딱 하루지만 밀린 잠을 자다 보면 종교 활동도 빼먹기 일쑤다. 주위에서 등산이라도 해 보라지만 생각이 없다. 움직이면 다 돈이기 때문이다.
주5일제로 여가시간이 늘어났지만 취미가 없는 사람이 계속 증가하는 아이러니가 생기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10.2%였던 취미 없는 사람은 지난해 19%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성별로는 남성보다는 여성, 연령별로는 50대 이상, 직업별로는 전업주부 중에서 '취미가 없다'는 비율이 높았다. 또 소득이 낮을수록 취미가 없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여성은 남성보다 경제력이 약하고 사회활동이 많지 않아 취미활동이 적은 것으로 한국리서치는 추정했다.
취미활동 참여율은 경제 사정과 연관이 있다. 한국리서치의 이혜정 연구원은 "취미활동 인구가 줄어든 것은 우리 사회가 경제적, 시간적으로 팍팍해졌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생산활동과 별개인 취미생활 관련 소비를 우선으로 줄인다. 이 연구원은 "수치상 국민소득이 올라가긴 했지만 내수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됐다"며 "특히 체감 생활수준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외국에 비해 긴 노동시간도 여유로운 삶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직장인 신모 씨(41)는 "평일에 야근을 하고 수시로 휴일 출근도 하다 보니 주말 나들이 자체가 부담된다"고 말했다. 야간 자율학습을 감독하느라 매일 오후 9시 40분에 퇴근한다는 고교 교사 박모 씨(29·여)는 "너무 피곤해 하고 싶은 일도, 할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취미활동을 즐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해 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드러난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취미가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더 활동적이란 점이다. '지난 주말에 한 일'에 대한 응답을 보면 취미가 없는 사람은 '휴일에도 집에 있었다'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45.9%) 됐다. 반면 취미가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등산이나 운동을 했다는 응답이 7∼9배 정도였다. 취미가 있는 사람은 41.5%가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취미가 없는 사람은 그 비율이 16%에 그쳤다. 취미가 있는 사람은 공연 관람 등 문화생활도 더 많이 한다. 심지어 휴일에 쇼핑을 했다는 응답도 2배 가까이나 됐다. 취미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활동 비율이 비슷한 항목은 가족과의 외출, 목욕·사우나 정도였다.
○ 취미 있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
취미 유무는 삶에 대한 태도로 이어진다. 취미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자신감과 성취동기가 높으며, 도전과 변화를 즐기는 성향이 강하다. '나는 능력 있는 사람이다'란 항목에 대해 취미가 있는 사람은 32.3%가, 없는 사람은 24.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취미가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이타적이고 사교적이며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미 있는 사람의 46.4%가 '행복하다'고 했지만 취미 없는 사람은 37.9%에 머물렀다.
전우영 충남대 교수(심리학)는 "취미를 즐기는 사람은 행복감의 원천이 여러 개"라며 "일에서만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일이 잘되지 않으면 행복감을 잃지만, 취미를 즐기는 사람은 일 이외의 것에서 행복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취미가 '행복의 포트폴리오 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취미활동을 못 하는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좌절감이나 박탈감 때문에 행복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전 교수는 "남들에게 '도대체 왜 산에 가느냐'고 묻는 사람보다 산에 가고 싶지만 못 가는 사람이 더 괴롭다"며 "요즘에는 여가 욕구의 좌절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기주 한국리서치 이사는 "노년의 행복을 위해서는 경제적 안정 외에 취미도 중요하다는 사실이 나타났다"며 "취미생활은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늘려 삶을 풍요롭게 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문권모·권기범 기자 mikemoon@donga.com'Sweet Day > 삶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이힐' 적당히 신으면 발목 건강엔 도움" (0) 2013.03.28 이젠 남편까지 렌털(rental) (0) 2013.03.27 미소 속에 비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0) 2013.03.26 식당 메뉴판으로 '뼈째회' 등 우리말 알린다 본문 (0) 2013.03.26 공 던지다 ‘우두둑’… 파스만 믿다 큰코다쳐 (0) 2013.03.25 턱에서 들리는 '딱딱' 소리 방치하지 마세요 (0) 2013.03.24 허리 통증의 진짜 이유 (0) 2013.03.22 멘토의 추락, 멘티는 절망 (0) 2013.03.22 [혜민스님] (0) 2013.03.13 '과다노출' 범칙금 5만원, 경범죄 처벌법 논란 (0) 2013.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