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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뒷산 가도 히말라야급 장비..허세의 아웃도어
    Sweet Life/산행상식 2013. 8. 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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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산 가도 히말라야급 장비..허세의 아웃도어

    [아웃도어 역풍④]"저 집은 무슨 텐트 쳤네" 과시욕에 경쟁심 겹쳐노컷뉴스 | 입력 2013.08.01 07:27 | 수정 2013.08.01 07:42

    [CBS노컷뉴스 전솜이 기자]

    유명 산이나 캠핑장, 전국 골프장과 자전거 코스에서는 주말마다 한 판 '자존심 대결'이 펼쳐진다. '누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어떤 용품을 쓰는지'를 놓고 눈치전이 벌어지는 것.

    가장 '빈부격차'가 극심하게 나타나는 아웃도어 활동은 흔히들 '돈 많이 드는 아웃도어 활동'으로 생각하는 캠핑이다.

    국내 캠핑 인구가 비공식적으론 300만 명에 달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날로 인기가 높아지면서, 캠핑 용품의 수입 규모도 확대되는 모양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수입된 텐트나 압축공기식 매트리스 등 야외 레저용 캠핑용품은 지난해에 비해 2배 정도 급증했다.

    이러다보니 고가 캠핑 용품의 인기도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다.

    캠핑인(人)들이 선호한다는 한 유명 수입 브랜드의 텐트 가격은 대략 250만 원부터 300만 원을 훌쩍 넘어선다.

    비슷한 성능의 국내 브랜드 텐트 가격보다 두 배나 비싸지만,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선 '명품'으로 통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실제로 유명 캠핑 카페들을 살펴보면 기존 텐트를 중고로 팔면서까지 이 브랜드의 텐트를 마련하려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텐트뿐 아니라 의자, 휴대용 버너, 심지어 접시와 포크에 이르기까지 각종 부속 용품들도 '명품'을 선호하긴 마찬가지다.

    해당 브랜드의 40만 원 가까운 야외용 의자는 품절되어 당분간 구하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일년에 한 번 써도 '300만원 텐트' 사…같은 크기도 가격차 수십 배

    이렇게 값비싼 수입 캠핑 용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가격에 낀 상당한 거품 역시 좀처럼 꺼지지 않는다는 게 캠프 애호가들의 얘기다.

    9년 가까이 캠핑을 즐겼다는 직장인 유진우(41) 씨는 "한 유명 브랜드의 텐트가 우리나라에서 200만 원 정도라면 일본 아마존에서 검색하면 130~140만 원 정도"라며 "이 브랜드의 전체 매출 70%가 우리 나라에서 나오는 거라고 들었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민 정서상 합리적으로 따져서 구매하는 성격이 아니라, 남 보여주기 위해 사는 측면이 많다 보니 고가 정책도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 씨는 "실제로 캠핑장에 가면 이런 고가의 텐트를 갖고 있는 사람이 정말 많다"며 "일년에 두세 번 캠핑하는 분들은 사실 10만 원대 텐트를 쳐도 무방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캠핑 매니아' 김익성(51) 씨도 "캠핑장에 가면 남이 어떤 제품을 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며 "본인 스스로도 '와 저긴 어디 제품 쓰는데 우리는 좀 창피하네' 이러면서 끝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김 씨는 "그냥 내가 편하게 즐기겠다면 큰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게 캠핑"이라며 "지금은 비싼 장비들로 집보다 더 좋게 꾸며대니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등산로는 '고가 브랜드' 전시장…차보다 비싼 자전거 선호하기도

    사정은 '국민 아웃도어' 등산도 비슷하다. 지난 주말 서울 광진구 아차산을 찾은 사람들의 옷차림은 그야말로 고급 아웃도어 용품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등산로 입구엔 값비싼 등산 가방과 스틱은 물론 유명 브랜드의 여름용 기능성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아차산은 285m 남짓의 높지 않은 산이라 가볍게 차려입은 사람도 많았지만, 웬만한 등산용품을 다 갖추고 산에 오르는 사람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주말이면 남편과 자주 아차산을 찾는다는 주부 김모(50) 씨는 "가까운 동네 산인데도 의상, 장비를 한껏 챙겨오는 사람들 보면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저럴 필요까지 있나 싶다"고 했다.

    김 씨는 이어 "오죽하면 동네 뒷산을 히말라야 가듯 차리고 간다는 얘기까지 나오겠냐"며 웃음을 터뜨렸다.

    자전거 역시 '럭셔리 아웃도어 용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대표적인 아웃도어 활동 가운데 하나다.

    해외에서 직수입한 일부 자전거들은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제품도 있다. 실제로 자동차보다 비싼 자전거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한강 둔치 등에서 자전거를 타다 보면, 다른 사람의 자전거에 박힌 로고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상당수 동호인들의 얘기다.

    자전거를 탄 지 10년쯤 됐다는 최모(41) 씨는 "일단 외관 자체가 멋진 데다, 별로 힘들이지 않고도 빠른 속도를 내니 비싼 제품을 선호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비싸다고 다 품질 좋은 건 아냐…"자신의 패턴 맞춰 선택해야"

    하지만 등산과 캠핑 등 대부분의 아웃도어 제품은 비싼 제품이라고 반드시 좋은 품질을 보장하는 것만도 아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서울·경기 지역의 20대 이상 남녀 소비자가 선호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11개 제품 등 15개 제품을 평가한 결과, 일부 유명 브랜드 제품엔 표시된 혼용률과 실제 혼용률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벌에 18만 원이나 되는 한 유명 브랜드의 등산바지는 내구성 측면에서 '한국소비자원 섬유제품 권장 품질 기준'에 미달하는가 하면, 보온성도 보통 수준에 그쳤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막연한 생각과 달리, 좋은 가격이 좋은 품질을 보증하진 않는다"며 "관련 제품정보를 꼼꼼히 확인한 뒤 자신의 야외활동 패턴에 맞는 제품을 합리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고급 아웃도어 매장 관계자도 "사실 소비자는 못 느낄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만, 인지도 때문에 비싸도 특정 브랜드를 찾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시욕이 유난히 심해서 브랜드를 따지는 것도 아주 심하다"고 털어놨다.

    캠핑 애호인 김익성 씨는 "사실은 냄비며 휴대용 가스버너며 다 집에 있는 것 아니냐"며 지나친 과시욕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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