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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쩡한 싱글녀'가 매일 한잔씩 하는 이유는
    Sweet Day/삶의 향기 2013. 12. 2.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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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쩡한 싱글녀'가 매일 한잔씩 하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연말연시 잦은 술자리보다 무서운 '습관적 음주'…중독 진행돼 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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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하고 사교적인 싱글 전문직여성 이모씨(28·여)는 퇴근길에 와인을 한 병씩 사가서 집에서 혼자 마시는 게 '낙'이다. 일주일에 2~3번은 집근처 분위기 좋은 단골 펍(pub)을 찾는다. 딱히 이유는 없다. 그냥 술이 좋을 뿐. 이씨는 "딱히 놀이문화도 없고, 몸이 술을 원한다. 힘든 일도 취하면 잊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적은 양이라도 술을 자주 마시는 '습관적 음주자'가 늘고 있다. 1인가구가 늘고 주류가 다양해지면서 혼자 음주를 즐기는 '나홀로 음주족'도 증가 추세다. 전문가들은 습관적 음주행위가 지속될 경우 중독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술 즐기는 '애호가' 음주문화 확산

    한국 사회에서 술은 점차 미식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음주를 죄악시하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주류를 찾아 가볍게 마시는 애호가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독주에 취하기보다 맥주·사케·막걸리·와인 등 저도수 주류를 다양하게 즐기며 술의 '맛'을 음미하고자 한다.

    애호가들은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가지각색. '숙면을 취하려고', '스트레스를 풀려고', '외로워서' 맥주 한 캔, 와인, 양주 한 잔씩 들이켠다. 어느새 술을 마시지 않으면 허전함을 느낀다.

    대학 교수 김모씨(43·여)는 "일이 잘 돼 기뻐서 한 잔, 애인과 안 풀려서 한 잔, 글이 잘 안 써져서 한 잔 하게 된다"며 "친구든 동료든 가족에게 뭔가 설명하기 싫을 때, 누군가와 대면해 말 섞는 것조차 피로감을 느낄 때 혼자 마시면 덜 피곤하고 좋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김모씨(34)는 "외롭고 허전한데 같이 마실 사람이 없으니까, 업소를 가려니 돈이 많이 들어 혼자 술을 마신다"고 말했다.

    '술 애호가'의 등장엔 고급·수입주류가 큰 영향을 끼쳤다. 1일 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된 맥주는 총 790억여원(약7359만 달러)어치, 7475만ℓ로 5년 전(2008년)에 비해 86% 증가했다. 한-EU FTA 체결 이후 가격도 저렴해졌다. 관세청이 9월15일 발표한 '최근 와인·위스키 수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수입량은 23.5% 증가하고 수입가격은 3.6% 하락했다.

    이에 따라 비싼 술집보다 집에서 부담 없이 술을 즐기는 서구식 음주문화가 확산됐다. 한국주류산업협회 조사 결과 지난해 전체 맥주시장에서 가정용 맥주의 비중은 50.3%로, 연간 기준으로 사상 처음 유흥용 맥주를 넘어섰다. 혼자 술을 마시며 주로 프리미엄 수입맥주나 양주, 와인 '인증샷'을 SNS에 공유하며 외로움을 달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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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이들은 혼자 술을 마시며 '인증샷'을 SNS에 공유하기도 한다. /사진=독자 제공

    ◇애호가 10년이면 '중독자' 될 수도

    문제는 가벼운 술도 중독성을 지닌 '약물'이라는 것. 흔히 '알코올중독' 하면 심한 과음이나 음주 사고를 떠올리지만 '애호가'들의 습관성 음주행위도 '중독'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전문병원 다사랑중앙병원 김석산 원장은 "자주 소량씩 마시는 경우 당장 직장일이나 건강에 해를 입지 않아 안심하지만 이미 '알코올 남용' 단계를 지나 '알코올 의존' 단계로 진행되고 있는 '잠재적 알코올중독자'도 많다"며 "'알코올 남용자'는 국내 600여만명이며 이중 200여만명이 '알코올 의존자'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알코올 중독'(알코올사용장애)은 '알코올 남용'과 '알코올 의존' 단계를 통칭한다.

    의학계에서 권고하는 적정음주량은 일주일에 2회 이하, 소주 기준 5잔(여성 2.5잔) 정도다. 하루 음주하면 2~3일은 쉬어줘야 간이 회복된다. 하지만 직장 회식과 사교모임, 혼자 마시는 술까지 더하면 기준은 금세 넘어간다.

    오홍석 성남시알코올상담센터장(정신과 전문의)은 "여럿이 함께 술을 마시면 '사회성 음주자'(초기)로 보는데, 술자리가 없어 일부러 만들거나 혼자 호프집이나 집에서 술을 마시게 되면 이미 신체적으로 술에 의존하는 '문제성 음주자'(2단계)로 분류한다"며 "이 단계에서 건강이 나빠져도 술을 줄이지 못해 5~10년 지속하면 '알코올 중독자'(3단계)가 된다"고 설명했다.

    애주가인 최모씨(29)는 알코올에 의존했다가 가까스로 벗어난 케이스다. 최씨는 "신입시절 매일 잠자기 위해 소주를 두 병씩 마셨다"며 "다음날 회사 가는 게 무서워서 잠을 못 자 소량씩 수면제처럼 마시던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습관적 음주는 뇌를 변화시켜 술에 의존하게 만든다. 지나치게 술에 관용적이고 허용적인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습관적 음주행위에 대한 '경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갈정 인제대학원대학교 부설 알코올 및 도박문제연구소 교수는 "광고나 주류업계가 비싼 와인이나 양주, 맥주를 마시면 럭셔리하고 문제없는 듯 포장하지만 소주든 맥주든 자주 마시면 위험한 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문상준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사무관은 "전국에 알코올상담센터 50여개를 운영하고 고위험군 환자 등 사례 관리를 하고 있으나 습관성 음주에 대한 정책은 따로 없다"며 "마약과 달리 주류는 구매와 소지를 법으로 제한할 수 없어 스스로 절주하고 음주문화를 개선하는 것만이 중독 예방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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