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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35가 바꿀 동북아의 하늘
    Sweet Day/삶의 향기 2013. 11. 3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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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35가 바꿀 동북아의 하늘

     


    미국은 F-35 공동개발에 참여한 8개국에 대해 투자금액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고 있다. 1등급은 영국(20억 달러), 2등급은 이탈리아(10억 달러)와 네덜란드(8억 달러)다. 3등급인 터키·캐나다·호주·덴마크·노르웨이는 각각 1억2000만~1억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F-35 기체 앞부분에 공동개발에 참여한 국가들의 국기가 그려져 있다. [중앙포토]

    한반도 남쪽 바다 위 하늘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방공식별구역(ADIZ·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갈등이다. 중국은 지난 23일 일방적으로 동중국해 상공을 자기네 방공식별구역으로 선포했다. 여기엔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한국이 설치한 제주도 남쪽 이어도 해양과학기지가 포함됐다. 그러자 미국은 지난 25일 괌 기지에서 B-52 전략폭격기 두 대를 출발시켰다. 미군 폭격기는 중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고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을 가로질러 비행한 뒤 괌 기지로 돌아갔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인정할 수 없다는 미국의 무력시위다. 한국도 지난 26일 중국에 사전 통보 없이 이어도 상공에 해상초계기를 보냈다 귀환시켰다. 영토와 과거사를 둘러싼 한·중·일의 갈등에 G2로 불리는 미·중의 힘겨루기가 겹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도는 엄중한 상황이다.

     주변국의 어떠한 도발에도 우리의 하늘을 지키려면 우리의 공군력이 충분히 강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공군은 전투기 노후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군이 다수 보유한 F-4와 F-5 전투기들은 30~40년 전에 도입돼 이미 수명을 넘겼다. 기체 정비에 애로가 많을 뿐 아니라 비행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7년부터 차기 전투기(F-X) 도입 사업을 추진해 왔다. 6년에 걸친 기종 검토 끝에 결국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 중인 ‘5세대 제트 전투기’ F-35로 결정됐다.

    F-35 스텔스 기능, 전자전 능력 모두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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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텔스 기능과 전자전 능력을 모두 갖춘 전투기는 F-35가 유일하다. 군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F-35A(A는 공군 기본형) 40대를 들여올 예정이다. 당초 2017년부터 순차적으로 60대를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한정된 예산(8조3000억원)으로는 F-35A의 비싼 가격을 맞추지 못해 도입 시기가 1년 늦어지고 수량도 줄었다. 이인제(새누리당)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은 “일본에 비해 도입 조건이 현저하게 불평등하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일본은 42대 중 38대를 조립 생산하며 기술 이전을 받지만 우리는 40대 모두를 완제품으로 받아 기술 이전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F-35A가 어떤 전투기이기에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도입을 결정한 것일까.

     2011년 1월 11일 중국은 스텔스 전투기 ‘젠(殲)-20(J-20)’의 시험비행 모습을 공개했다. 중국이 자체 기술로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했다는 사실에 미국은 깜짝 놀랐다. 공개 시점도 절묘했다. 중국을 방문한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당시)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당시)을 만나던 날이었다. 중국의 의도는 분명했다. 스텔스기는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라 중국도 충분히 보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10월 31일에는 더욱 성능이 좋아진 중국산 스텔스기인 J-31이 하늘로 떠올랐다. 2020년께나 중국산 스텔스기 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던 미국은 충격을 받았다. J-31은 미국이 개발 중인 F-35를 거의 베낀 것과 같은 형상이어서 미국을 더욱 긴장시켰다.

     스텔스(stealth)는 적의 레이더가 아군을 발견하지 못하게 하는 군사기술이다. 군용기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레이더다.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는 순간 적기가 몰려오거나 지상에서 미사일이 날아올 수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레이더로 하늘의 비행기를 찾아낼 때는 전파가 반사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레이더 송신기에서 나간 전파가 목표물에 부딪쳐 되돌아올 때 수신기에서 탐지하는 것이다. 목표물에서 반사되는 전파의 면적(레이더 반사 면적·RCS)이 크면 클수록 레이더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RCS가 매우 작으면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다. 점보여객기의 RCS는 보통 100㎡, 사람은 1㎡, 작은 새는 0.01㎡ 수준이다.

     F-117 등 미국이 개발한 초창기 스텔스기는 전파를 흡수하는 페인트를 비행기 표면에 바르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페인트의 전파 흡수 성능이 충분치 않을 뿐 아니라 페인트가 쉽게 벗겨지는 단점이 있었다. 최신 스텔스기인 F-22와 F-35는 페인트 대신 전파 흡수 특수 소재로 아예 비행기 표면을 만들었다. 엔진에서 발생하는 적외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기 냉각장치의 성능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그 결과 F-22와 F-35의 RCS는 0.0001㎡까지 낮아졌다. 이는 곤충의 RCS와 비슷한 정도여서 보통 레이더로 탐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스텔스기의 수준이 각국 공군력의 우열을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자리잡은 이유다.


     제트 전투기는 1940년대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진화했다. 1세대 전투기는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인 1944년 독일(Me 262)에서 등장했다. 1950년대 미국과 소련의 경쟁으로 탄생한 2세대 전투기는 초음속 시대를 열었다. 전투기끼리 근접 공중전과 적 후방에 대한 장거리 공격 등 다양한 유형의 항공작전을 가능하게 한 3세대 전투기는 점차 수명을 다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현재는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4세대 전투기가 하늘을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공중전의 시대를 열 5세대 스텔스 전투기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동북아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투기가 집중된 곳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의 전투기는 모두 1385대 이상이다. 이 중 현대 공중전의 핵심 전력인 4세대 전투기는 400여 대로 파악된다. 일본이 보유한 전투기는 총 340대다. 전투기 보유 대수만 보면 중국의 공군 전력이 일본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F-15(201대)와 F-2 지원전투기(76대)를 포함한 일본의 4세대 전투기는 277대에 달한다. 구형 3세대 전투기는 F-4EJ 63대뿐이다. 일본 공군은 전투기 숫자는 적어도 실속 있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 공군력은 덩치에 비해 힘이 약한 편이다. 우리 국방부가 펴낸 국방백서에는 북한의 전투임무기가 860여 대로 적혀 있지만 실상은 전투기와 공격기를 합쳐 520여 대로 추산된다. 그나마 북한이 보유한 4세대 전투기는 미그-29의 한 기종뿐이고 보유 숫자는 많아야 40여 대가 전부일 것이다. 3세대 전투기(미그-23 50여 대)까지 포함해도 100대를 넘기 어렵다. 나머지는 대부분 60년대 기술로 만든 2세대 전투기(미그-21 등)다.

     한국 공군의 전투기는 모두 468대다. 이 중 4세대 전투기는 F-15K(60대)와 KF-16C/D(170여 대)를 합쳐 230여 대에 달한다. 나머지 절반은 3세대에 해당하는 F-4E와 F-5E/F다. 전투기 보유 대수에서 북한과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오래된 비행기라도 계속 운영 중이다. 국방예산의 제한 속에서도 공군 전력 유지를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중국·일본과 비교하면 여전히 열세다.

     이런 상황에서 스텔스 전투기의 도입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스텔스기는 이전 세대의 전투기보다 6배 이상의 전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단순히 설명하면 적 전투기 6대를 격추하는 동안 아군의 피해는 1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특히 F-22는 2006년 가상 공중전 훈련에서 적기를 144대나 격추시키는 동안 단 한 대도 격추되지 않았다고 한다. F-22의 후속 기종인 F-35는 5세대 전투기의 가장 발전한 기술이 적용된 스텔스기다.

     한국은 우선 F-35A 40대를 도입하고 나머지 20대는 2017년께 기종을 결정한 뒤 2023년께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다.

     스텔스기를 남보다 빨리, 더 많이 보유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스텔스기인 미군의 F-117 ‘나이트호크’는 99년 3월 유럽 남동부 발칸반도의 코소보 지역 공습작전에 참가했다가 격추된 적이 있다. 전투기 잔해는 세르비아에서 발견됐다. 당시 스텔스 기술에 목말라 있던 중국은 정보요원들을 급파해 현지 농부들이 수거한 잔해를 비싼 값에 사들였다. 중국은 미국의 스텔스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해킹부대까지 동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산 스텔스기인 J-20과 J-31은 아직 시험비행 단계다. J-20은 2017~2019년, J-31은 2020년 이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스텔스기에 필수적인 고성능 엔진과 전파 흡수 성능 문제 등으로 J-20의 실전 배치는 2020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미 2011년 12월 미국이 개발한 스텔스기인 F-35 42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4대는 완제품을 사오고 38대는 일본에서 조립 생산할 계획이다. 조립 생산엔 추가로 4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일본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제2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최신 전투기 기술 확보에 대한 집착이 워낙 강해서다. 지난 8월에는 비행 갑판 길이가 200m나 되는 항공모함 이즈모도 취역시켰다. 이즈모에선 수직 이착륙형인 F-35B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 일본은 앞으로 동북아에서 가장 많은 스텔스기를 보유한 국가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 주력 전투기를 모두 F-35로 바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25년께 한·중·일이 모두 스텔스기의 실전 배치를 마무리했다고 가정해 보자. J-20을 개발한 중국과 F-35를 보유한 한국이 공중전을 벌이면 어떻게 될까. 같은 스텔스기라도 중국은 미국에 비해 후발주자여서 스텔스 성능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레이더나 광학장비 같은 센서 기술에서도 미국이 앞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기동성 측면에선 J-20이 앞설 가능성이 있다. J-20은 공중전에 중점을 둔 전투기인 데 반해 F-35는 공대공(하늘 대 하늘)과 공대지(하늘 대 땅) 등 다양한 능력을 동시에 갖추도록 개발한 기종이어서다.


    비대칭전력 열세 뒤집을 수 있어

     스텔스기가 보편화되면 현재 동북아 긴장의 원인이 되고 있는 방공식별구역의 의미도 퇴색할 것이다. 방공식별구역은 자국 영공의 방어를 위해 일정한 구역 안으로 들어오는 비행기의 정체와 의도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방공식별구역이 의미가 있으려면 수색 레이더나 조기경보 시스템을 통해 신속하게 비행기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스텔스기는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기 때문에 방공식별구역 안으로 들어가더라도 그 사실을 알기가 어렵다.

     지난 3월 28일 미국 본토에서 출발한 B-2 스텔스 폭격기가 한국으로 날아왔다. 한·미 연합으로 실시한 독수리훈련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스텔스기의 훈련 사실을 공개하자 가장 놀란 사람은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었다. 그는 황급히 지하벙커로 피신한 뒤 한밤중에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튿날 0시 30분을 기해 ‘1호 전투 근무태세’를 지시하고 미국 본토를 겨냥해 미사일 사격을 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까지 불러들이자 북한은 더 이상 할 말을 잃어버렸다. 북한은 핵무기를 앞세워 전력의 열세를 일거에 만회하려고 했지만 스텔스기 앞에선 두려움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이다. 5세대 스텔스기는 북한이 가질 수 없는 비대칭 전력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 공격 위협에 대해 한·미 안보당국은 3단계 억제 전략으로 맞선다는 대응책을 세워놨다. 핵무기 사용 징후가 관측되는 위협단계에선 한·미 연합 훈련이나 외교·경제적 압박을 가한다. 핵무기 사용 임박단계에선 ‘킬체인(Kill Chain, 타격순환체계)’을 가동해 30분 안에 핵무기를 제거한다. 그럼에도 핵무기가 발사되는 사용단계에 이르면 공중에서 핵무기를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가동한다.

     킬체인과 미사일 방어의 차이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적이 총을 쏘려고 할 때 먼저 총을 쏴 적을 제압하는 것이 킬체인이다. 미사일 방어는 범인이 총을 쏜 뒤 그 총알을 아군의 총알로 맞혀 피해를 막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킬체인이 미사일 방어보다 쉽고 정확하며 비용도 적게 든다. 국군은 킬체인은 2017년까지, 미사일 방어는 2022년까지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킬체인에서 스텔스 전투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F-35에 장착된 광학장비는 1300㎞ 떨어져 있는 적의 로켓·미사일도 탐지할 수 있다. F-35는 3만 피트(약 9000m) 상공에서도 정밀조준장치로 공격 대상을 식별하고 조준할 수 있다. 스텔스기가 중요한 이유는 북한의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첩보 위성과 정찰기가 발사징후를 포착한 뒤 기존의 4세대 전투기가 적진으로 뛰어들어 임무를 수행하려면 전자전용 항공기에 방공망 제압용 전투기와 엄호용 전투기, 기만작전용 기체까지 필요하다. 하나의 임무를 수행하려면 4~5배의 전투기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거대한 작전을 수행하다 보면 킬체인의 제한시간인 30분을 훌쩍 넘기게 된다.

     그러나 스텔스기가 투입되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북한군 레이더에 F-35는 탐지되지 않는다. 별도의 엄호 편대나 기만 편대 없이 최소한의 스텔스 편대만으로 핵무기를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현재 킬체인은 주한미군이 없이는 불가능하지만 F-35를 도입하면 단독으로도 가능하다. 전자전용이나 방공망 제압용 전투기도 필요 없다. 방공 레이더에 발각되지 않고 적진으로 침투해 들어간 스텔스기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유도폭탄으로 먼 거리에서 안전하게 목표를 타격하고 귀환할 수 있다.

    양욱 군사평론가·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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