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 입력 2013.03.18 09:05


500만 화소 블랙박스, 알고 보니 240만 화소?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를 통해 유통중인 블랙박스의 과장광고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동전자통신(www.midongent.com)이 제조 판매하는 HD 블랙박스 '유라이브 샷건'은 전방 500만 화소, 후방 200만 화소 녹화가 가능하다고 광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버즈 취재 결과 전방에 243만 화소 센서를 장착한 것으로 밝혀졌다.

◇ 500만 화소 녹화된다더니…=박현영 씨(가명)는 지난 2012년 12월 오픈마켓을 통해 유라이브 샷건을 36만 7,900원에 구입했다. 전방 500만 화소, 후방 200만 화소로 녹화된다는 게 가장 큰 구매 이유였다.

▲ 박현영씨가 분해해 촬영한 '유라이브 샷건'의 CMOS 센서 사진

하지만 제품 구입 후 한 달간 써보던 박 씨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예전에 쓰던 블랙박스보다 화소수가 더 높은데도 화질이 크게 나아진 걸 느낄 수 없었던 것. 센서에 의문을 느끼고 제품을 직접 분해해서 확인해본 박 씨는 깜짝 놀랐다. 내부에 소니 240만 화소 CMOS 센서인 'IMX122LQJ'가 들어 있었던 것. 속았다는 생각에 지난 1월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피해구제 요청을 했고 다시 한 달 만에 미동전자통신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다.

▲ 500만 화소로 촬영이 불가능함을 시인하는 미동전자통신 관계자의 글. 올라온지 몇 시간만에 삭제되었다.

"대체 500만 화소라는 얘기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물어보니 영상도 아니고 멈춰있는 상태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렇게 나온다는 겁니다. 게다가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안 하면 이마저도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결국 500만 화소로 녹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는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박 씨는 환불 조치를 받지 못했다. 이유는 뭘까. "처음에는 제품을 분해했으니 환불을 해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조금 있다가 다시 연락이 왔는데 '앞으로 인터넷이나 다른 채널을 통해 문제를 삼지 않는다면 본사에서 환불해주겠다'고 제안하더군요. 너무 어이가 없어서 환불을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 "500만 화소 센서 맞다?"= 박 씨의 주장은 사실일까. 먼저 미동전자통신에 문의해봤다. 500만 화소로 녹화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회사 측 관계자는 "영상이 1920×1080 해상도로 이뤄지며 이는 약 210만 화소 정도다. 녹화가 500만 화소로 이뤄지지 않는데 이건 타사도 마찬가지이며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에서 동영상을 찍어도 마찬가지. 하지만 사진을 찍어보면 500만 화소 촬영이 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

내부에 들어간 센서가 정확히 몇 백 만 화소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500만 화소 센서를 쓰는 것이 맞다. (자신은) 기술팀 소속이어서 해당 제품을 개발한 연구소에서 그렇게 들었다"는 답이 되돌아왔다. 내장 센서 제조사와 정확한 모델명에 대한 확인도 거부했다. 연구소 관계자와 통화를 요청하자 "회사 방침상 연결이 불가능하다"며 거절했다.

◇ 500만 화소의 비밀은 '화소 뻥튀기'=박 씨가 제공한 사진을 바탕으로 소니코리아에 확인을 요청했다. 소니코리아 측은 "해당 센서는 243만 화소를 내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500만 화소 센서가 들어갔다던 답변은 거짓이었던 셈이다.

▲ 유라이브 샷건의 사양 페이지. 여전히 '전방 500만 화소(정지화상 기준)'라는 문구가 보인다.

결국 유라이브 샷건에 들어간 센서는 240만 화소급인 만큼 절대 500만 화소로 녹화는 할 수 없다. 그렇다면 240만 화소 센서를 탑재한 블랙박스에서 어떻게 500만 화소 사진이 나오는 걸까.

한 영상 전문가는 "스케일업이라고 해서 센서로 들어온 사진을 바탕으로 화면 크기를 키우는 방법을 이용하면 간단하다"며 "하지만 이 방법은 낮은 해상도로 찍은 사진을 크기만 키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용량만 잡아먹고 화질은 절대 나아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 "화소 수로 소비자 속여서는 안 된다"=하지만 소비자 대부분은 블랙박스가 내장한 카메라 센서의 해상도와 실제 녹화되는 영상의 해상도 차이를 잘 구별할 수 없다. 문제는 미동전자통신 뿐 아니라 일부 블랙박스 업체와 장착점이 이를 악용해 카메라 센서 화소 수만 강조하고 있다는 것.

▲ 일부 블랙박스 업체와 장착점이 카메라 센서 화소수만 강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블랙박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출시된 블랙박스 화질이 풀HD급으로 점점 상향평준화되고 메모리카드 포맷 기능, 음성 안내 기능, 충격 방지 기능 등을 기본 제공하면서 차별화가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라면서 "그렇다고 해서 실제 녹화되는 해상도가 아닌 센서 화소 수나 정지 사진 화소 수를 마치 실제 영상 화질인 것처럼 소비자를 속여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