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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C 음악의 벗 윈앰프, 역사 속으로
    Smart Life/스마트 소식 2013. 11. 2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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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터닷넷| 기사입력 2013-11-21 14:33 기사원문

     

    PC용 MP3 플레이어 '윈앰프'가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누구는 아쉬워할테고, 누군가는 '아직도 그게 있었냐'고 물을게다. 윈앰프가 뭔지 아예 모를 수도 있겠다. 어쩌다 윈앰프가 ‘추억 창고’에서 꺼내야 하는 소재가 됐는지 안타깝다.

    윈앰프는 널소프트(Nullsoft)라는 자그마한 팀에서 만든 PC용 MP3 플레이어다. 1997년 처음 나왔다. 2년 뒤인 1999년, AOL이 널소프트를 인수했다. 이때를 기준으로 쳐도 벌써 15년지기 음악지기다.

    winamp

    1997년은 국내 음악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긴 해다. PC가 음악을 듣는 매체가 된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게 1997년이라고 봐도 무방할 게다. 물론 그 전에도 음악을 PC로 들으려는 노력은 있었지만, 음악 파일을 컴퓨터에 저장하거나 네트워크로 내려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던 때였다.

    이 즈음 음악을 압축하는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 축은 MP3였고, 다른 한 축은 '리얼플레이어'였다. MP3는 동영상을 압축하는 MPEG 기술에서 오디오 압축만 따로 떼어낸 파일 포맷인데, 당시 컴퓨터는 불과 4MB 밖에 안 하는 이 파일의 오디오 압축을 실시간으로 푸는 데도 매우 버거워했다. 리얼플레이어로 만든 음원은 상대적으로 느린 컴퓨터에서도 돌아가긴 했지만, CD 수준의 음질을 냈던 MP3가 점차 대세가 된다.

    이때 조금 더 효율적으로, 그러니까 PC가 덜 느려지게 음악을 재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플레이어가 등장했는데 그게 바로 윈앰프다. 유타 대학에 다니던 두 학생이 팀을 꾸려서 만든 미디어 재생기다. 초기에는 1.0도 아니고 0.9대 버전으로 공개됐는데, PC통신 자료실의 상위 인기 자료 자리를 꾸준히 지켰다. 윈앰프는 시스템 자원을 덜 잡아먹었고, 디자인도 음악 재생기라는 느낌이 확실했다. 기존의 MP3 플레이어들은 그저 음악을 재생하는 버튼 정도의 형태만 갖추고 있었지만, 윈앰프는 창을 한쪽 구석에 꺼내 놓고 보고 싶을만큼 디자인이 좋았다. 게다가 이퀄라이저나 3D 음향 같은 것도 남달랐고, 창을 두 번 누르면 작아지는 미니 플레이어 기능까지 그야말로 ‘완벽’했다.

    윈앰프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면서 1.0 정식 버전을 내놓았다. 위키피디아 자료에 따르면 1997년 6월7일에 1.006 버전이 공개됐다. 정식판은 윈도우의 창틀 대신 자체 테두리를 갖고 있었다. 마치 위젯처럼 보이는 이 UX는 사람들에게 꽤나 충격적이었다. PC의 필수품이 된 윈앰프는 아주 빠르게 업데이트됐다. 일주일이 머다하고 새 버전이 나왔고 소소한 기능들이 더해졌다.

    윈앰프가 인기 있었던 요소 중 하나는 '스킨'이었다. 2.0부터 스킨을 바꿀 수 있었는데, 이게 윈앰프를 쓰는 데 큰 재미가 됐다. 누구나 스킨을 제작할 수 있었다. 연예인 사진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수많은 스킨들이 제작됐다. 점점 PC에서 음악을 듣는 데 윈앰프를 떼어놓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요즘 아프리카TV처럼 윈앰프를 통한 실시간 인터넷 음악방송도 당시 빼놓을 수 없는 문화였다.

    winamp_skin

    하지만 변화는 인수합병과 함께 시작됐다. 윈앰프는 1999년 AOL에 인수됐다. 당시로는 어마어마한 가격인 8천만달러, 우리돈 800억원에 팔렸지만 이때부터 윈앰프는 내리막길을 걷는다. 3.0부터는 플레이어 자체도 무거워졌고 AOL의 서비스와 여러가지 기능을 넣으면서 기본 플레이어 자체의 크기도 커졌다. 안 쓰는 기능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새 버전에 대한 관심보다 가볍고 작은 이전 버전을 선호하기도 했다. AOL로서는 음원 서비스를 비롯한 기능 추가로 유료화를 노렸지만 이때부터 윈앰프의 새 버전은 썩 인기를 끌지 못했다. AOL의 고집으로 의사결정이 원활하지 않았고 윈앰프의 방향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였다.

    윈앰프가 주춤하면서부터 경쟁 제품들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실 음악시장 자체가 변했는데, 윈앰프가 그 흐름을 따라잡지 못했다. 하드디스크에 있는 음악은 차라리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를 쓰는 게 낫다는 인식이 생겼고, 온라인으로 음원을 구입하거나 스트리밍하는 서비스가 태동하기 시작했다. 미국이나 일본은 아이튠즈로, 우리나라는 멜론과 벅스뮤직 같은 스트리밍으로 음악 소비 행태가 바뀌면서 윈앰프는 쇠락하기 시작한다. 새 플레이어가 아니라 음악 서비스의 흐름을 못 잡았다고 보는 쪽이 맞겠다. 윈앰프의 시계는 버전 2.9에 10년째 멈춰있었던 셈이다. 일찌기 스트리밍 기술로 방향을 튼 리얼네트웍스쪽이 결과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갔다고 볼 수 있겠다.

    winamp_android

    모바일도 윈앰프에겐 기회의 땅이 되지 못했다. 음악 소비가 PC에서 아이팟으로, 다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는 사이에도 윈앰프는 이렇다 할 반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스마트폰의 기본 음악 플레이어가 썩 나쁘지 않았고 음향이나 화면에 효과를 주는 플레이어들은 많았다. 오히려 윈앰프는 모바일 화면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PC든 모바일이든 대체품이 아니라 이제는 그 자체가 별로 쓸 필요가 없어졌다. MP3 플레이어 자체가 사라지는 시장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윈앰프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한 AOL의 탓이 가장 크다. 게다가 17년의 역사에서 AOL에 인수된 이후의 15년만 언급하며 뚜렷한 이유 없이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공지를 내는 것까지 윈앰프의 팬으로서는 AOL을 곱게 보기 어렵다.

    17년이나 된 이 음악 플레이어에 아직 애정이 남아 있다면 12월20일 웹사이트가 문을 닫기 전에 최종 버전을 내려받아두는 것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추모 방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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