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우리 몸은 하루 24시간 가동된다. 잠을 자는 순간에도 장기들은 쉬지 않는다. 에너지를 사용하고 열을 발생시킨다.
이때 ‘온도의 과학’이 인체에서 발현된다. 사람은 항온 동물이므로 열을 배출하지 못하면 체온이 무한대로 치솟아 사망한다. 다행히 온도조절 시스템이 작동한다. 열은 면적이 넓은 피부를 통해 배출된다. 모든 것이 정상적이면 사람은 최적의 컨디션을 느낀다. 체온은 37도 내외이고 주변 기온이 18∼22도일 때다.
사람이 있는 곳은 없는 곳보다 대체로 온도가 높다. 사람이 뿜어내는 열로 인해 주변 공기가 데워지기 때문이다.
만약 기온이 25도 정도라면 선풍기 하나만으로도 어느 정도 더위를 떨칠 수 있다. 선풍기가 뿜어낸 바람이 데워진 공기를 밀어내고 덜 더운 공기를 채워 넣는다. 대류의 원리다.
하지만 대기 온도가 30도를 넘어서면 선풍기는 맥을 못 춘다. 끌어다 쓸 덜 더운 공기가 없어서다. 이럴 땐 공기 온도를 강제로 낮추기 위해 에어컨을 돌리는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혀를 빼물며 헉헉댄다. “왜 이렇게 덥지?”
어떤 이들은 이때 사우나로 직행한다. 뜨거운 것으로 더위를 잡겠다는 생각에서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뜨거운 국물을 들이켜는 사람들도 있다. 이 또한 같은 원리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한의학에서는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면 양(陽)의 기운이 빠져나간다고 본다. 이런 때는 장기가 차가워진다. 이 장기를 데워야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장기를 데울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삼계탕이나 육개장, 보신탕 같은 음식이 추천된다. 인삼이나 맥문동, 대추와 오미자도 따뜻한 성질을 품고 있다. 이런 것들은 일단 데운 다음 식혀 먹어도 뜨거운 성질을 유지한다.
현대의학 관점에서는 이열치열과 건강 사이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 삼계탕을 먹고 난 뒤나 사우나를 끝낸 뒤의 시원함과 개운함은 일시적인 ‘느낌’에 불과하다. 물론 이는 인체의 체온조절 시스템의 작용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더운 날에 뜨거운 물로 샤워하면 몸 안에서 열이 발생하는 것을 억제한다. 더불어 피부 표면에 있는 물이 증발하면서 이미 발생한 열은 날려버린다. 이 과정을 통해 체온이 일시적으로 떨어진다.
정반대의 상황을 가정해 보자. 푹푹 찌고 습도도 높은 날, 냉수로 목욕을 하는, 이른바 ‘이냉치열(以冷治熱)’은 건강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때도 일시적으로 체온이 떨어진다. 하지만 냉수의 온도가 낮을수록 체온은 더 빨리 도로 상승하는 단점이 있다.
이 또한 체온조절 시스템의 작용에 따른 것이다. 냉수 샤워 뒤 피부가 차가워지면 우리 몸은 체온을 올리기 위해 교감신경을 흥분시킨다. 교감신경은 피부 근처에 있는 모세혈관을 수축시킨다. 곧 혈액의 흐름이 둔화된다. 배출되는 열을 줄여 체온을 높인다. 이와 함께 갑상샘(갑상선) 호르몬의 분비량이 늘어나면서 몸 안에 더 많은 열이 쌓인다. 때로는 근육이 떨림 운동을 시작하면서 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체온이 올라간다.
이열치열과 이냉치열 모두, 건강한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일부 환자들에게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갑상샘 저하증과 같은 인체대사 장애가 있다면 체내 대사가 원활하지 않다. 이럴 때 체내 열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면 체온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고혈압 환자라면 아주 차가운 냉수는 피해야 한다. 냉수가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혈압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과 어린이, 심장질환자, 이뇨제 복용환자들도 이열치열과 이냉치열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미지근한 물로 몸을 씻자.
건강한 사람도 반드시 알아둬야 할 점 하나. 밤새 선풍기를 틀어놓지 말아야 한다. 여름이라도 새벽에 기온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밤새 바람을 쐬면 체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우리 몸은 체온을 올리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쓴다. 그래도 체온이 올라가지 않고 계속 떨어진다면? 20도까지 내려갔을 때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