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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 삭제… SNS 활동 끊어
온라인에서 '무차별 신상 털기'가 이어지자 SNS와 온라인 메신저 같은 활동을 하지 않는 '온라인 은둔(隱遁)족'이 늘고 있다. 이들은 이름과 메일 주소, SNS 아이디 등 간략한 정보만 넣어도 개인 정보가 검색되는 인터넷 세상을 피해 오프라인으로 가는 '도망자'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와 이름이 같은 회사원 이모(26)씨는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를 삭제하고, SNS 등 온라인 활동도 일절 하지 않는 '온라인 은둔족'이 됐다. 같은 이름의 축구선수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하면서 이씨의 개인 홈페이지에 욕설을 담은 글과 쪽지가 수십 개씩 쏟아졌기 때문이다. "나는 그 선수와 동명이인(同名異人)"이라고 해명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씨는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계속 욕을 하는데 너무 화가 났다"며 "사람들이 SNS에 올리는 글들은 자기 필요에 의해 내뱉는 것일 뿐 중요하거나 유익한 정보가 없다는 걸 깨닫게 돼 지금은 SNS를 하지 않지만 궁금한 것도, 불편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은둔족'의 증가는 SNS 가입자 감소 추세를 봐도 확인된다.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은 '한국 가입자 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지만, 지난달 페이스북 국내 가입자는 815만명대로 줄었다.
대학원생 김모(29)씨는 지난해 10월 "구글에서는 모든 정보가 검색되기 때문에 '신상 털기'가 쉽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에 구글 검색창에 자신의 트위터 아이디를 넣고 검색해본 결과 경악했다. '○○교수님 때문에 짜증이 났다'며 트위터에 짤막하게 올렸던 글이나 심지어 비공개로 설정해놓은 개인 정보까지 공개됐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리 친구들에게 한 말이긴 해도 누군가가 퍼 날라 교수님을 비판한 게 들통나면 대학원 생활이 평탄치 못할 것"이라며 "개인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막는 방법은 트위터를 탈퇴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는 물론,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톡도 탈퇴해 '온라인 은둔족'이 됐다.
한양대 정보사회학과 윤영민 교수는 "온라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처음 자신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에 기뻐하던 사람들도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도한 상호작용'을 요구당하면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