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의 걱정→재가입 압박···그룹 대신 개인 대화 증가, 무료문자 제한에 통신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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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너 카톡 이상한 것 같다, 나 좀 초대해봐"
카톡을 지우자 가장 먼저 반응이 오는 것은 자주 대화를 나누던 친구들이다. 대화창에서 대화상대가 '알 수 없음'으로 나타나자 친구들의 제보가 이어진다.
공동 대화창에서 대화를 나누던 친구들의 문의도 이어진다. 갑자기 대화창을 나가서 초대하려고 보니 목록에 없다는 것. 카톡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카톡 탓'이 이어졌다.
◇2단계: "너 무슨 일 있니?" vs "혹시 날 차단한건 아니지?"
하루, 이틀 정도 친한 친구들의 문의가 이어진 후 2단계 반응이 찾아왔다. 본격적으로 친구들의 걱정이 시작됐다. 특히 단체 카톡 대화창에 같이 있던 친구들의 문의가 잦았다. "무슨 일이 있는 거니?", "휴대폰 바꿨니?" 등의 문의가 잦았다.
반대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친구들도 있었다. 자신을 차단했냐며 "왜 그랬느냐?"고 묻는 친구도 있었다.
2단계까지 오면서 분명한 것은 일을 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는 것. 카톡이 대부분 지인들과의 대화창으로 쓰이고 공식적인 연락은 대부분 전화나 문자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났다.
아직 공식적인 대화채널로 카톡을 사용하기에는 '예의에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알게 모르게 깔려있었던 것. 공적으로 만난 상대가 카톡 친구목록에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들과는 카톡 대화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3단계: 개인 대화가 많아 졌다
카톡을 지우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친구들과의 개인 대화가 많아졌다는 것.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자서비스 등이 발전하면서 사회문제로 다가왔던 사실 중 하나가 대인관계가 오히려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들이었다.
카톡이 활성화되면서 동시에 활성화된 것이 공동대화창이다. 마음에 맞는 친구들끼리 혹은 모임, 공지 등이 개인 대화가 아닌 공동으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상황이 그러다보니 친한 친구끼리도 따로 얘기하기보다 공동 대화창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공동 대화에 참여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 한동안 스마트폰 확인을 하지 못해 대화가 쌓이다보면 대화 주제를 따라가지 못해 소외되는 경우도 있다. 또, 공동 대화창은 보통 알림을 꺼놓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알림이 울리는 횟수가 줄어든 경우도 많다.
한동안 스마트폰이 없는 이용자들이 카톡 때문에 소외됐던 현상이 반대로 일어나고 있는 것. 카톡에 젖어있던 생활 패턴 속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소외감이었다.
그러나 카톡을 지우고 나니 대부분의 문자는 개인 대 개인으로 이뤄진다. 그간 공동대화창에서 매일 같이 대화를 나누면서도 무언가 가까이 있지 않는다고 느꼈던 친구들과도 다시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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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친구들의 짜증, 다가오는 무료 문자 한도의 압박
카톡을 지운지 5일이 넘어가자 친구들의 짜증이 시작됐다. 공동 대화창에서 알려줘야 할 공지를 일일이 따로 알려줘야 한다는 것. 친구들과 찍은 사진 등을 전송할 때도 따로 보내줘야 하기 때문에 모든 사진을 전달받을 수 없는 경우도 생겼다.
카톡을 다시 설치하라는 직접적인 압박을 넣는 경우도 있었다. 하다못해 NHN 라인이나 다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앱이라도 설치하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친구의 압박 외에 직접적인 문제도 있었다. 최근 2년간 받아보지 못했던 무료 문자 한도 알림 서비스를 받게 된 것. 그동안은 대부분의 대화를 카톡으로 나눴기 때문에 공적인 일로 문자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무료문자한도 근처까지 문자서비스를 이용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단 1주일만에 무료문자의 절반 이상을 사용하고 나니 요금에 대한 압박이 느껴졌다. 특히 카톡에 익숙해지고 스마트폰 문자서비스창의 대화형 UI(사용자환경)디자인에 물들어 피처폰을 사용할 때처럼 문자에 여러 내용을 축약해 보내지도 않게 됐다. 마치 카톡을 사용할 때처럼 문자를 사용하자 금방 한도에 육박한 것.
이미 스마트폰 요금제 자체가 피처폰 시대 때보다 2배 가까이 비싸진 상황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문자이용료가 추가되는 것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당초 카톡 지우기 체험이 1주일로 계획된 것은 아니었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해 1주일 만에 카톡을 다시 깔게 됐다.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그간 참여했던 4~5개 공동 대화창에 다시 소속되고 친구들과의 대화는 모두 카톡에서 이뤄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