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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암호에 둘러싸인 직장인의 하루Smart Life/스마트 소식 2013. 4. 19. 12:16반응형
스마트폰 · 회사메일 · ATM · 도어록… * * * * 누르다 하루가 훌쩍암호에 둘러싸인 직장인의 하루
헤럴드경제입력 2013.04.19 09:59 수정 2013.04.19 11:10
아침에 일어나 잠잘때까지
현대인의 일상 지배
한때는 모든 아이디·비번 통일
해킹 위험에 전부 바꿨더니
로그인 할때마다 기억 안나
사이트별로 정리한 폴더 만들기도
온통 암호다. 뭘 해도 암호를 눌러야 한다. 손 닿는 곳엔 암호버튼이 있고 문을 열고 나간 뒤 침대에 잠들기까지 암호를 눌러야 한다. 서울 영등포구에 직장을 둔, 암호에 둘러싸인 A 씨의 일과를 소개한다.
금요일 새벽 6시30분. 알람소리와 함께 눈을 뜬 직장인 A(28) 씨는 팔을 뻗어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찾는다. 스마트폰에 손이 닿자, 암호를 눌러라는 메시지가 뜬다. ****를 누르고, 밤새 온 메시지를 확인하며 아침을 시작한다.
오전 8시30분, 보안카드를 찍고 회사에 출근한 A 씨. 커피 한 잔을 타고 노트북을 켠다. 일을 시작하려면 비밀번호를 눌러야 한다. ******** 비밀번호를 누른 A 씨는 회사계정에 로그인을 한 뒤 업무를 시작한다. ********를 누르니, 다시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온다. 컴퓨터 로그인 비밀번호와 회사 메일 비밀번호는 매번 헷갈린다. 세 번의 시도 끝에 겨우 회사 메일 계정 접속에 성공한다.
첨부 파일이 있는 메일이 하나 와 있다. 첨부파일을 다운로드하고 보니 압축파일이다. 파일을 열리지 않는다. 또 암호를 입력하라는 창이 뜬다. '비밀번호가 뭐였더라…'. 화면을 스크롤 해보니 압축파일에 암호를 걸어놨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를 눌러 압축을 풀고, 문서를 확인한다.
정오. 긴 업무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밥먹을 시간이 됐다. 회사 동료가 숨겨진 맛집을 찾아냈다. 팥국수를 기가 막히게 한단다. 위치를 보니 대략 구멍가게다. 맛집은 항상 카드를 받지 않는다. 현금을 뽑으러 인근 편의점으로 달려간다. 현금자동인출기(ATM)에 서 있으니 A 씨 뒤로 줄이 생긴다. 현금카드를 밀어 넣은 A 씨. 뒷사람이 비밀번호를 볼까 한 번 뒤돌아다본다. A 씨는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재빨리 비밀번호를 눌렀다. 화면에 뜨는 '잔액부족'이란 글자. 다른 카드 하나를 더 밀어 넣고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틀렸다는 메시지가 뜬다. 잔액이 부족했던 카드 비밀번호를 입력했던 A 씨. 두 번만 더 틀리면 가까운 은행 지점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는 협박(?) 의 메시지가 ATM 모니터에 보인다. 은행을 방문하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한자 한자 꼬박꼬박 비밀번호를 누른 A 씨는 2만원 뽑기에 성공했다.
저녁 7시 퇴근. 밖에서 한참을 서성인 A 씨는 8시께 자취방 문 앞에 섰다. 뒤를 한번 들여다보고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 비밀번호 ****를 눌렀다. '스르륵'하며 자물쇠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린다. A 씨는 얼마 전 이사온 이 집이 좋다. 매번 열쇠를 찾다 결국 친구 자취방에서 잠이 드는 경우는 이제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끔 술을 먹고 비밀번호가 기억이 나지 않을 때, 고향집 엄마한테 전화해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면 그만이다.
저녁 9시께 샤워가 끝낸 후 노트북을 안고 침대에 누운 A 씨. A 씨는 퇴근 후 여기저기 사이트를 기웃거리다 로그인을 하고 글도 쓰고 시간을 보낸다. 이날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남기려 로그인을 하니 비밀번호가 틀렸다는 메시지가 뜬다. '내가 가입을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 A 씨는 회원 등록을 누른다. 가입이 돼 있다는 메시지가 뜬다. 결국, A 씨는 e-메일을 통해 비밀번호를 전달받고 글 남기기에 성공한다.
그래서 A 씨는 기억나는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전부 바꿔버렸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어디가 어딘지 기억이 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한 것. 사이트 한 곳에 로그인을 하기 위해서 한 번의 시도로 끝이 나지 않는 경우는 다반사다. 그래서 생각해낸 비책.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한데 적고, 폴더 깊숙이 숨겨 놓았다. 그리고 '이것만은 외워야지'라고 되뇌며 그 문서에 암호를 걸었다.
12시. 드디어 잘 시간이다. 노트북을 책상 위에 놓기 전 마지막으로 눈여겨보던 여자 후배 블로그에 한 번 들어가 보는 A 씨. 누군가가 후배의 글에 댓글을 꾸준히 달고 있다. 여자 후배는 이 댓글에 답도 잘 단다. 클릭을 하니, 비밀 덧글이라며 암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댓글 보는 것은 불가능. A 씨는 씁쓸한 마음으로 잠을 청한다. '꿈속으로 들어갈 땐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Smart Life > 스마트 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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