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 입력 2013.03.20 17:27 | 수정 2013.03.20 21:52

스마트폰 문자메시지엔 요금 부과 내용 빠져 있어 소비자 사전 인지 못해

#. 서울에 사는 직장인 권모씨(35)는 지난달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면서 본인인증을 위해 휴대폰에 모바일ISP라는 서비스를 설치했다. 은행에서 지급하는 공인인증서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권씨는 이번달 요금청구서에 550원이라는 부가서비스 요금이 청구돼 있어 깜짝 놀랐다. 모바일ISP 신청 당시에는 단순히 안전하고 편리하다는 점 때문에 모바일ISP를 설치했고, 과금에 대해서는 확실한 고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결제 시 인증수단을 선택하는 화면. 모바일ISP에는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휴대폰 문자메시지(SMS)의 URL을 클릭하면 설치안내 화면으로 넘어가는데, 과금에 대한 내용은 없다.

일부 카드사들이 온라인 쇼핑 인증에 적용한 모바일ISP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모바일ISP 서비스는 550원 월정액으로 제공되는데 사전에 이를 인지하지 못한 고객들이 많아 본인도 모르게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모바일ISP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권모씨는 "결제 과정에서 550원 과금에 대해서는 명확히 고지받지 못했다"며 "일차적으로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내 책임이지만 서비스의 편의성만 크게 부각하고 550원 과금은 작은 글씨로 처리해 알아보기 힘들게 만든 결제업체 측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모바일ISP 서비스는 결제대행사 브이피가 운영하는 서비스로 BC카드와 KB카드가 인증에 채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바일ISP 가입 과정에서 가입자에게 550원 과금에 대해 고지하고 있다"며 "서비스 가입은 소비자들의 클릭이나 동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런 사정을 잘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ISP 가입 및 설치 과정에서 사용자의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이를 통해 전달받은 문자메시지(SMS)에 나온 URL을 클릭하면 설치 과정으로 넘어가는데 이 SMS에도 과금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다. 과금 관련 내용은 URL을 클릭했을 때 나오는데 이마저도 '모바일 안전결제 서비스에 가입'하라는 문구가 크게 부각돼 있어 알아보기 힘들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동의하고, 클릭한 내용을 단순히 본인인증 과정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스마트폰 콘텐츠장터인 '구글플레이'에서 '모바일ISP'를 검색한 뒤 사용자리뷰를 보면 관련한 성토 내용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박모씨는 "하라는 대로 하니까 바로 550원이 결제됐다고 하더라"며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되지 말고 잘 보고 서비스 이용하라"고 말했다.

양모씨도 "가뜩이나 복잡한 결제 때문에 짜증나 죽겠는데 충분한 설명 없이 버튼만 누르면 결제가 되게 해놓을 수 있냐"고 말했다.

모바일ISP는 휴대폰에 저장하는 인증서비스로 온라인 쇼핑 등에 이용되는 인증서를 PC나 이동식디스크에 저장하기 어려운 이용자들이 휴대폰에 저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카드사 가운데는 BC카드와 KB카드가 모바일ISP를 채택하고 있다.

모바일ISP는 월정액 550원을 내는 서비스로 이를 직접 운용하는 곳은 결제대행사인 브이피다. 브이피에 따르면 월정액의 20%는 이동통신사수수료로 가져가고, 나머지는 모두 브이피 수익으로 잡힌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