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는 과실 있을때 일부 부담”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송아무개(32)씨는 최근 가스보일러가 고장나자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용이 꽤 나올 것 같아 미리 알리고 수리한 뒤 수리 비용을 돌려받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집주인은 “한푼도 낼 수 없다”며 겨울철 칼바람 같은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송씨는 “세입자 과실도 없는데 왜 내가 부담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강추위로 ‘풀가동’에 들어간 보일러 고장이 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다툼도 증가하고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분쟁 조정과 법률 상담을 맡는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전월세센터)는 10일 “지난 일주일 사이에 보일러 수리 분쟁 상담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전월세센터는 “봄철에는 곰팡이, 여름엔 누수, 겨울에는 보일러 고장 등 계절적 요인에 따른 분쟁이 많다”고 설명했다.
전월세로 빌린 집의 보일러에 문제가 생겼다면 수리 비용은 누가, 얼마나 부담하는 것이 맞을까? 민법은 ‘임대인은 임차인이 주택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수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법원 판례는 ‘현실’에 맞게 법을 해석하고 있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쉽게 고칠 수 있는 사소한 고장일 경우에는 세입자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 반면 당장 고치지 않으면 거주가 불가능한 정도의 고장은 집주인이 수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세입자의 과실이 있다면 조금 달라진다. 전월세센터는 세입자가 겨울철에 장기간 집을 비운 사이 8년 된 보일러가 동파된 사례를 접수한 뒤, 보일러 교체 비용 47만원 가운데 세입자가 10만원을 부담하는 선에서 조정했다. 세입자가 동파 예방 조처를 하지 않은 책임을 일부 물은 것이다.
전월세센터는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집주인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문자메시지, 통화 녹취, 고장난 부분의 사진 등 근거를 남겨두는 것이 향후 분쟁 조정을 위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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