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가족의 좌충우돌 재테크]스마트뱅킹 사용자 3000만명 '돌파' 중장년층은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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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고객인 나정보씨가 얼마 전 받은 메일 내용이다. S뱅크는 신한은행의 스마트뱅킹 서비스로, 8월 한달 동안 주머니(Zoomoney)에 가입하면 2000원을 충전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주머니는 선불형 모바일화폐다. 나신상씨는 솔깃한 마음에 어머니인 오알뜰씨에게 메일 내용을 알려줬다.
하지만 아들의 이야기가 오알뜰씨에게는 외계어로만 들렸다.
"S뱅크가 뭐니?", "주머니는 왜 가입해야 하는거야?".
나신상씨는 최근 국민은행의 'KB Smart★폰 예금'에 가입했다. 스마트폰 전용 정기예금 상품으로, 최대 연 0.3%p의 우대금리까지 챙길 수 있다. 나신상씨는 예금에 관심 많은 나머니씨에게 상품 가입을 권유했다. 나머니씨 역시 우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나머니씨는 곧 좌절하고 말았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는 것조차도 쉽지 않네"
바야흐로 '스마트 금융상품' 홍수의 시대다. 스마트폰으로 예적금에 가입하고 계좌이체를 하는 일이 은행에 가는 일만큼이나 자연스럽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은행들이 스마트폰 예적금 상품에 제공하는 우대금리 등 혜택도 이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이른바 '뱅킹 디바이드(Banking Divide)' 현상이다.
◇쏟아지는 '스마트 금융상품'=
은행들의 스마트 금융상품은 이제 대세로 굳어졌다. 일일이 상품을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구조는 대부분 비슷해 스마트폰으로 상품에 가입하면 우대금리를 준다. 은행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인건비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우대금리를 줄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신한은행의 '스마트 정기예금'은 복잡한 조건 없이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50만원부터 3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으며 가입기간은 3개월, 6개월, 12개월 중 선택할 수 있다. 12개월 만기상품에 가입하면 22일 현재 금리가 연 2.76%다. 이 상품의 기본이율이 연 2.6%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대금리 혜택이 부여된다.
우리은행의 '우리스마트정기예금'은 계좌한도가 500만원이다. 22일 현재 12개월 만기금리는 연 3.3%다. 국민은행의 'KB Smart★폰 예금'은 연 2.9%의 금리를 제공한다. 특히 이 상품에 가입하고 추천인을 등록하는 등의 조건을 만족하면 최대 연 0.3%p의 추가금리까지 제공받을 수 있다.
재미를 더해 고객을 끄는 상품도 있다. 기업은행의 'IBK흔들어적금'은 10명 단위로 그룹을 만들면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을 흔드는 횟수와 강도에 따라 적립금이 달라지고 애플리케이션에 내장된 게임으로 멤버들과 점수내기도 할 수 있어 젊은 층의 호응이 좋다.
스마트 금융상품 중에서 모바일카드도 빼놓을 수 없다. 카드사들이 전략적으로 공을 들이는 분야다. 실제로 BC카드는 올해 말까지 차량 구입시 모바일카드로 결제할 경우 올해 말까지 GS칼텍스 직영점에서 주유금액의 50% 청구할인해주는 등 파격적인 할인조건을 내걸고 있다.
카드사들은 모바일카드의 결제단말기 부족으로 활성화에 제약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애플리케이션 형태의 모바일카드를 개발하기도 했다. 국내 모바일카드 시장은 통신사 계열의 BC카드와 하나SK카드가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전체 신용카드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성장세도 가파른 상황이다.
은행들이 상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도 모바일뱅킹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국민은행은 새로운 'KB스타뱅킹' 애플리케이션 출시를 기념해 9월 20일까지 이벤트를 진행한다. 'KB스타뱅킹'은 국민은행의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이다. 추첨을 통해 맥북에어, 카메라 등의 경품을 제공한다.
우리은행도 9월 11일까지 스마트뱅킹 활동에 따라 적립되는 온라인 이벤트 응모권인 '머핀'을 준다. 머핀을 활용하면 스마트뱅킹 상품인 '우리꿈적금'의 0.1%p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외환은행도 8월 31일까지 스마트뱅킹에서 로그인 후 계좌조회만 하면 자동응모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현금 50만원 등의 경품이 걸렸다.
◇스마트폰 뱅킹 3000만 시대 열렸다
이처럼 금융사들이 스마트 금융상품에 주력하는 이유는 그만큼 스마트폰 뱅킹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뱅킹 사용자는 3131만명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3000만명을 돌파했다. 전분기 대비로도 사용자가 11.5% 늘었다.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뱅킹 사용자는 2011년 1분기 423만명에 불과했지만 같은 해 4분기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2000만명 돌파시점은 지난해 4분기다. 이용실적 역시 급증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뱅킹 이용금액은 1조3523억원으로 전분기대비 10.4% 증가했다.
특히 입출금 및 자금이체에 있어서 모바일뱅킹을 포함한 인터넷뱅킹이 기존 채널을 앞지를 기세다. 올해 2분기 입출금 및 자금이체시 인터넷뱅킹을 활용한 비중은 32.5%로 자동화기기(ATM·CD)의 42.2%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년 동안 자동화기기의 활용비중은 제자리였지만 인터넷뱅킹은 5.2%p 증가했다.
세대별 이용행태는 엇갈려 고연령층의 '소외현상'이 두드러진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올해 초 내놓은 '국내 모바일뱅킹 이용자의 금융행동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대의 모바일뱅킹 이용자 비율은 59%로 집계됐다. 반면 60대의 모바일뱅킹 이용자 비율은 21.9%에 불과했다.
특히 20대는 69.6%가 주 1회 이상 모바일뱅킹을 이용하고 있었지만 60대는 이 비율이 26.1%에 그쳤다. 모바일뱅킹 가입자뿐 아니라 활용도에서도 세대별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장년층이 모바일뱅킹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덜 누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모바일뱅킹은 세대뿐 아니라 학력별로도 활용행태에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학력별 모바일뱅킹 이용비율은 고졸자 38.4%, 대졸자 40.1%, 석사이상 35%로 조사됐다. 학력이 높을수록 모바일뱅킹을 자주 이용하는 것이다. 직업별로도 주부의 모바일뱅킹 활용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격차가 발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활용에 익숙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스마트뱅킹에 집중하고 있지만 세대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며 "텔레뱅킹 도입 과정에서 중장년층이 초창기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됐던 것처럼 차츰 격차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