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바탕 아냐?… 일반차는 '분홍빛 흰색 바탕에 보랏빛 검정문자'
영업용 택시엔 '아바사자' 적혀… 올해부터 택배 차량은 '배'자 사용
길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보고 '흰 바탕에 검정색 문자'라고 생각했다면 눈을 비빈 후 다시 봐야 한다. 가장 많이 보는 비사업용 일반 자동차의 경우 '분홍빛 흰색 바탕에 보랏빛 검정색 문자'를 사용하고 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자동차 번호판'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보자.
국내에 자동차 번호판이 처음 등장한 건 일제강점기인 1914년이다. 당시 마차 단속규칙에 따라 영업용은 경찰서장 지시대로 차번호와 검사증, 요금표 등을 게시했다. 1921년부터는 번호판의 규격이 정해져 바탕이 검은 네모난 표지판에 흰색 아라비아 숫자를 적었다. 이후 여러 번 모양을 바꿔오다가 1973년 지역명과 일련번호를 함께 넣는 방식을 처음 도입해 2003년까지 사용했다. 2004년 지역명이 빠진 후 2006년 개정을 거쳐 현재의 모양을 갖추었다.
2013년 일부 개정된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번호판(520×110㎜)은 크게 사업용과 비사업용으로 나뉜다. 비사업용인 일반용 차량(대여사업용 자동차 포함)은 '분홍빛 흰색 바탕에 보랏빛 검정색 문자', 외교용 차량은 '감청색 바탕에 흰색 문자'로 숫자를 적는다. 운수사업용 차량의 경우 '황색 바탕에 검정색 문자'를 쓴다.
번호판에는 '○○ 가 ○○○○' 형태로 6개의 숫자와 1개의 문자가 쓰인다.
앞에 사용되는 숫자 2개는 등록차량을 차종별로 분류하기 위해 사용된다. 승용자동차는 01~69, 승합자동차는 70~79, 화물자동차는 80~97, 특수자동차는 98, 99를 사용한다.
한글 문자는 등록차량을 용도별로 분류한다. 비사업용 자가용은 '가, 나, 다, 라, 마, 거, 너, 더 러, 머, 버, 서, 어, 저, 고, 노, 도, 로, 모, 보, 소, 오, 조, 구, 누, 두, 루, 무, 부, 수, 우, 주'를 쓴다. 자동차 운수 사업용 차량의 경우 택시나 버스는 '바, 사, 아, 자', 택배차량은 '배'를 쓴다. 대여사업용은 '허, 하, 호'를 사용한다. 택배 차량의 경우 올해 3월부터 적용됐는데 '택'자처럼 받침 있는 글자는 과속 단속카메라가 잘 식별하지 못해 받침이 없는 '배'를 사용하기로 했다.
외교용 차량은 조금 특별하다. 외교관용은 '외교' 영사용은 '영사' 준외교관용은 '준외' 준영사용은 '준영' 국제기구용은 '국기' 기타외교용은 '협정, 대표' 등으로 구분한다.
번호판의 네 자리 숫자에서는 절대로 '0000'과 같은 조합은 찾아볼 수 없다. 법적으로 첫 번째 자리에 0이 올 수 없고 1~9까지의 숫자만 사용한다. 이유는 '0123'처럼 첫 번째 자리가 0으로 시작한다면 번호가 네 자리가 아닌 세자리가 되기 때문이다. 네 자리 숫자의 경우 등록관청에서 제시하는 10개 번호판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