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기자] 국내에서 판매되는 휴대폰의 평균 판매가격이 세계 평균의 2.5배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그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 말은 비슷한 사양의 제품 가격이 한국에서 2.5배 비싸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고가 모델이 더 많이 팔리고 있다는 의미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국내 휴대폰 평균 판매가(ASP)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415달러(약 46만원)에 달했다. 세계 평균 판매가는 166달러(약 19만원)에 불과했다. 무려 2.5배나 차이가 난다.
여기서 말하는 '평균 판매가'는 판매된 단말기 가격에 평균값을 매긴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당연히 왜 그런지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업계 "국내 소비자는 고가 스마트폰을 선호"
"국내 소비자들은 고가 스마트폰을 선호합니다. 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한국에서 고가폰이 유난히 많이 팔리는 현상에 대한 휴대폰 제조업체 고위관계자의 설명이다. 휴대폰의 평균 판매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소비자한테 있다는 뜻이다.
국내 제조사 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업도 이런 의견에는 동의하는 편이다.
한 외산 업체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는 구매할 때 자신의 형편이나 사용패턴 등을 고려하기 보다는 타인의 평가에 따라 구매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한국 소비자는 광고 노출이 많은 제품이나 인터넷과 지인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포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나 입소문 마케팅을 하지 못하는 외산업체들이 생존하기에 무척 힘든 시장"이라고 언급했다.
자료의 출처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도 같은 분석을 내놨다.
SA 측은 "한국에는 제품이 출시될 때 가장 먼저 구입해 평가를 내린 뒤 주위에 제품의 정보를 알려주는 성향을 가진 이른바 '얼리어답터'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LTE나 LTE어드밴스트(A), 대화면 등 최신 기술에 고가를 지급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
실제로 우리 정부는 가계 통신비를 줄이기 위해 알뜰폰(MVNO)을 장려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고가폰만 팔리는 왜곡된 유통구조가 더 큰 문제"
고가폰이 더 잘 팔리는 기현상을 소비자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지적도 거세다.
업계 한 전문가는 "사실 한국 소비자들이 유독 고가폰을 많이 사는 것은 보조금으로 왜곡된 유통구조 탓"이라며 "100만원에 가까운 고가 제품을 우선 당장 거저 가져갈 수도 있는 상황인데 이를 마다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왜곡된 유통 구조를 꼬집었다.
이통사 중심의 왜곡된 유통구조가 통신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인 것이다.
삼성전자의 시장 독점 현상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YMCA는 국내 휴대폰 시장의 점유율을 명확히 검증해 삼성전자의 독점 여부를 가려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요구했다. 이 단체는 삼성이 높은 점유율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에 높은 가격을 먼저 매기면 다른 업체들이 따라가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60~70%를 점유하고 있지만 시장서 팔리는 제품 대부분은 고가이고 보급형 제품은 극히 일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